100대 명산 산행/100대 명산(강원)

[설악산 대청봉에서 한계령] 2012-07-07 한 여름의 설악산 대청봉(2).. 대청봉에서 한계령까지..

화랑(전덕종) 2012. 7. 10. 12:53

중청에서 한계령 휴게소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은 일단 편안하게 시작한다.


길가의고목... 아직도 무슨 미련이 남아 있는 걸까!


중청의 낮은 관목지대를 지나니 다시 숲길이 나타난다.


한계령으로 내려가는 서북능선에서 바라 보는 용아장성과 멀리 공룡능선...


용의 이빨처럼 솟은 바위들이 장관을 이룬다.



그리고, 그 아래 조용히 자리잡은 봉정암... 용의 입에 물린 여의주....


흰구름조차 설악산의 능선을 쉽게 넘지 못하고 망설이며,

좀 더 센 바람이 불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도 한계령 휴게소까지는 5km가 넘게 남았다.

내려가는 길은 조금 빠르려니 했던 오만함을 꾸짖는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가파른 길은 오를 때와는 다른 신중함과 조심스런 마음을 요구한다.


그래도 가끔은 탁 트인 시야와 멋진 설악산의 모습을 보면서 쉬어 간다.

어쩌면 인생길도 내려갈 때 더욱 조심하고 신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바위 능선이 점점 더 내 시야 위로 올라 가고...


능선에 가로 막힌 구름도 바로 눈 앞에 보인다.


설악산을 내려가는 길은 그야말로 너덜길...

커다란 바위로 이어진 길이 한발 한발을 조심스럽게 한다.



아래만을 보며 걷다가 다시 한 번 멀리 바라다 본다.

내가 올라가든 내려가든 설악산은 그렇게 그 자리에서 묵묵하다.


내려가다 힘들어서 그대로 돌이 되어 버린 한마리 새일까?

그래도 그 눈은 여전히 저 멀리 한계령을 굽어 보고 있다.


이제는 설악산 능선이 완전히 내 머리 위까지 올라 왔다.

인생이란 올라 간만큼 언젠가는 내려와야 하는 것... 높은 곳에서 떨어질수록 더 아프고 힘들수도...


올라갈 때 함께 했던 것처럼.... 내려올 때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하염없이 내려가던 길이 다시 솟아 오른다. 

나에게도 다시 솟아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아니면 아직 내림을 시작하지도 않은 것일까? 

분명한 것은 인생길에는 언제나 솟아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것 뿐....


설악산을 다시 올려다 본다.


그 길을 강아지 한 마리가 지키고 있다. 

금방이라도 달려와 꼬리를 흔들 것 같다.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귀떼기청일까?

키 자랑하다 대청, 중청, 소청 삼형제에게 귀떼기를 얻어 맞아다고 귀떼기청이라는 데 나름 한 키한다. ㅎㅎㅎ


이제 남은 거리는 2km 남짓... 본격적으로 계곡길로 접어 든다.


서로 의지하며 모진 바람을 견디고 있는 소나무 두 그루...

중간에 잠시 멀어진 듯 하지만, 시작과 끝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 저들은 진정한 동반자일 것이다.


이제는 계단길을 하염없이 내려 간다.


마지막으로 네번째 찾은 설악산을 휘둘러 본다. 




이제는 이번 산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위에서 본 강아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바위벽 사이에 빼꼼 고개를 내밀고 산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다.


드디어 한계령 휴게소이다.

한계령 길을 만들다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위령비가 마지막으로 나를 배웅한다.


10시간 넘게 계속된 산행을 마치니 설악산은 다시 구름 속으로 제 모습을 감춘다.

마치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는 제 모습을 보여 주기 싫다는 듯이....


힘든 산행이었지만, 계획된 시간에 계획된 코스를 모두 걸었다.

비온 뒤의 산행, 결코 쉽지 않은 코스에서 아무런 사고없이 산행을 마무리하게 해 준 설악산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