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개명산] 오랫만에 봄소식을 찾아 떠난 개명산 산행...
개인적으로는....
30년이 넘게 한결 같이 입고 있던 군복을 벚고 민간인의 신분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 했고...
그동안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는 고양시를 떠나야 할 지, 어렵더라도 현상태를 유지해야 할지 고민중이고...
무릎 수술 이후 재활에도 노력해야 했으며...
가정적으로는...
10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이어가시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을 지켜오시던 아버님의 병환이 심해져
가족의 보살핌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상황이 되셨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정말 힘든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이 모든 것을 잊고 정말 오랫만에 봄소식을 찾아 개명산에 올랐다.
산행코스 : 고양동시장 - 목암교수마을 - 국수봉 - 형제봉 - 철쭉쉼터 - 수녀골 - 85번 종점
산행거리 : 약 11키로...
산행시간 : 5시간 30분 (점심시간 1시간 포함)
고양동시장에서 모여 하천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군단 사령부 방향으로 오늘의 걷기를 시작한다.
어제 내린 비로 길이 촉촉합지만... 날씨는 걷기에 딱 좋을 정도로 춥다. ㅎ
마을길을 지나...
연밭을 지나....
목암교수마을 윗쪽에 있는 개명산 들머리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안개가 자욱한 개명산에는...
청미래 덩굴에도 이미 물이 오랐고...
빗물에 젖은 길은 낙엽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폭신하다.
안개가 자욱한 개명산으로 들어서니...
진달래는 이미 봄준비를 마쳤고...
생강나무꽃은 금방이라도 툭~ 터질 듯하다.
군단사령부에서 올라오는 삼거리를 지나...
국수봉에 도착했다.
주당봉... 재미있기도 하고 이 돌을 여기까지 어떻게 지고 올라 왔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몇몇 치기 어린 어른들의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뭔가 입맛이 쓰다.
형제봉으로 오를수록 안개는 짙어지고...
북사면의 좁은 등산로는 얼음이 녹아 미끄럽고...
그래도 모두가 열심히 형제봉으로 오른다.
드디어 형제봉...
한마디 불평도 없이 이 어려운 시기를 현명하게 견디고 있는 아내에게 언제나 고마운 마음이다.
저 고운 미소를 언제나 잃지 말기를... 아니 잃지 않게 해주리라 다짐해 본다.
형제봉에서 내려와 수녀골로 내려가는 길....
수도권에서 이처럼 때묻지 않은 낙엽길을 찾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자연은 자세히 들여다 보면 참으로 신비롭다.
씨방에 솜털은 왜 필요한 걸까?
철쭉쉼터를 지나 수녀골로 내려오니...
물가에는 산괴불주머니 새싹은 이미 한 뼘이나 자랐고...
수녀골 계곡에는 봄이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니...
갯버들이 춤을 추며 계곡물의 노래에 흥을 더한다.
개명산의 마지막 겨울을 떠나 보내며 사진도 한장 찍고...
수녀골을 내려와 오늘의 걷기를 마무리한다.
이 시대... 빈손의 기성세대가 겪고 있는 아픔은 나만의 아픔이 아니겠지만...
조건없이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들의 개인적 성향을 보듬어야 하는
마지막 세대이고 싶다.